노고산 정상부를 세 번 찍어보니 - 2016 늦여름, 2020 한겨울, 2022 늦봄

등산 · 발행일 2026. 9. 1. ·

노고산은 저에게 “다시 가는 산”입니다. 해발 487m, 경기 고양과 양주 경계에 걸쳐 있고 서울 서북쪽에서 차로 한 시간이 안 걸립니다. 대단한 산이라서가 아니라 가까워서 자꾸 갔습니다.

사진 폴더를 정리하다가 이 산 정상부에서 찍은 사진이 세 시기로 나뉘어 남아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2016년 9월 늦여름, 2020년 2월 한겨울, 2022년 5월 늦봄. 6년 사이에 세 번, 계절도 전부 다릅니다. 마침 사진마다 촬영 시각과 GPS 좌표, 고도값이 그대로 붙어 있어서 언제 어디였는지 특정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에 쓰는 내용은 전부 그 사진에서 읽어낸 것입니다. 세 번 다 정상부에서만 사진을 남겼기 때문에 오르는 길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대신 같은 자리가 계절과 연도에 따라 어떻게 달라 보였는지는 비교가 됩니다.

노고산 정상 공터에서 남동쪽으로 바라본 북한산 능선 직접 촬영(2022.5.28 10:10, 노고산 정상부 · GPS 고도 462m)

세 번의 방문, 사진이 남긴 좌표

방문사진 시각(KST)사진 GPS 고도촬영 기기
1차 · 늦여름2016.9.3 17:51468miPhone 6s
2차 · 한겨울2020.2.16 07:22458miPhone 7
2차 · 한겨울2020.2.16 07:40442miPhone 7
2차 · 한겨울2020.2.16 07:43454miPhone 7
3차 · 늦봄2022.5.28 10:10462miPhone 13 mini

좌표는 다섯 장 모두 북위 37도 40분 57초, 동경 126도 56분 42초 부근으로 거의 한 점에 모입니다. 고도값은 442~468m 사이에서 흔들리는데, 정상 표기인 487m보다 20~45m쯤 낮게 찍혔습니다. 스마트폰 GPS 고도는 원래 이 정도 오차가 흔하니 실제로 다른 지점이었다기보다 측정값의 편차로 보는 게 맞겠습니다. 요컨대 세 번 모두 같은 정상부 공터 일대였습니다.

한 장만 예외였습니다. 겨울 방문 07:40에 찍은 사진 한 장은 좌표가 2km쯤 북동쪽으로 튀어 있었습니다. 안개 속이었고 위성 신호가 나빴던 것으로 보이는데, 앞뒤 사진(07:22, 07:40:45)이 18분 간격으로 같은 자리를 잡고 있으니 이 한 장도 같은 야영지에서 찍은 것이 맞습니다. 다만 그 사진만으로 위치를 특정하지는 않겠습니다.

2016년 9월 — 정상 표지가 종이였던 시절

첫 사진은 2016년 9월 3일 오후 5시 51분입니다. 9월 초순이라 아직 여름 끝자락이고, 그 시각이면 해가 넘어가기 한 시간 반쯤 전입니다.

노고산 정상 이정표와 종이로 붙인 정상 표지 직접 촬영(2016.9.3 17:51, 노고산 정상부 · GPS 고도 468m) — 나무 기둥에 A4 크기 종이로 “노고산 487m”이 붙어 있다

지금 보면 이 사진의 값어치는 정상 표지입니다. 나무 이정표 기둥에 A4 크기 종이가 코팅도 없이 붙어 있고, 거기에 “노고산 487m”이라고만 세로로 쓰여 있습니다. 뒤에 보게 될 2020년, 2022년 사진에는 같은 자리에 석재 정상석이 서 있습니다. 그 사이 어느 시점에 표지가 바뀐 것입니다.

같은 사진의 이정표에는 실제 갈림 정보가 남아 있습니다. 왼쪽이 교현리(솔고개), 오른쪽이 삼하리 2.4km와 금바위저수지 3.1km입니다. 저는 이 방향 표기를 지도보다 이 사진으로 다시 확인했습니다. 노고산 정상부가 여러 들머리에서 모여드는 자리라는 것이 이정표 하나에 다 들어 있습니다.

배경도 이 산 정상부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왼쪽으로 북한산 암릉이 가깝게 서 있고, 오른쪽 멀리로는 서울 시내 건물이 흐릿하게 깔려 있습니다. 산과 도시가 한 화면에 같이 들어옵니다. 하늘은 무거운 회색이었고 습도가 높아 원경이 많이 뿌옜습니다. 9월 초라 발밑 풀이 사람 허리까지 자라 있었고, 억새 이삭이 막 올라오는 중이었습니다. 정상부 공터가 풀에 상당히 먹혀 있는 상태입니다.

2020년 2월 — 눈 속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

두 번째는 성격이 다릅니다. 2020년 2월 16일 아침 7시 22분에 찍은 첫 사진이 텐트 안에서 밖을 내다본 각도입니다. 즉 이날은 올라가서 내려온 산행이 아니라 정상부에서 하룻밤을 보낸 야영이었습니다.

눈이 두껍게 얹힌 텐트 처마와 안개 속의 겨울 사면 직접 촬영(2020.2.16 07:22, 노고산 정상부 · GPS 고도 458m) — 텐트 처마 위에 밤새 쌓인 눈이 얹혀 있고 사면은 안개에 잠겨 있다

깨어나서 처음 찍은 이 한 장에 그날 밤 사정이 다 들어 있습니다. 텐트 처마 위에 눈이 두껍게 얹혀 있고, 그 옆 바닥도 발자국 없이 새 눈으로 덮여 있습니다. 밤에 눈이 왔다는 뜻입니다. 사면 아래로는 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이 안개에 잠겨 형체만 남아 있고, 시야는 몇십 미터 정도입니다. 바위 위에도 눈이 얹혀 있어 어디가 바위이고 어디가 땅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텐트 처마 너머로 보이는 다른 텐트들 직접 촬영(2020.2.16 07:40, 겨울 야영지) — 안개 속에 텐트 세 동이 더 보이고 그중 한 동은 내부 조명이 켜져 있다

18분 뒤에 찍은 사진에는 제 텐트 처마 너머로 다른 텐트가 세 동 더 보입니다. 흰 텐트, 안에 불을 켜둔 텐트, 그리고 붉은 조명이 새어 나오는 텐트. 아직 아무도 나오지 않은 시간인데 불이 켜져 있으니 다들 깨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사진이 저에게 알려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눈 오는 2월 평일 아침에도 이 정상부에 텐트가 네 동이었다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가깝고 정상부에 평평한 공터가 있는 산이면 사람이 모입니다. 저도 그래서 온 것이고요. 조용한 곳을 찾는다면 이 산 정상부는 답이 아닙니다.

밤새 눈이 쌓여 형체만 남은 돔 텐트 직접 촬영(2020.2.16 07:40, 노고산 정상부 · GPS 고도 442m) — 폴 라인만 겨우 드러날 정도로 눈이 덮였다

밖으로 나와 텐트를 정면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눈이 어느 정도 왔는지는 이 한 장으로 판단이 됩니다. 원단 색이 거의 보이지 않고 폴이 지나가는 선만 겨우 드러납니다. 바닥 스테이크 자리도 눈에 묻혀 있습니다. 뒤쪽 바위와 마른 가지에는 눈이 결로처럼 하얗게 붙어 있는데, 눈이 온 뒤 안개까지 끼면서 얼어붙은 모양입니다.

정리하면서 손이 시린 아침이었을 텐데, 그 기억은 사진에 없으니 쓰지 않겠습니다. 확실한 건 눈을 걷어내고 걷어내도 다시 덮이는 정도의 습설이었다는 것입니다.

눈 속에 서 있는 노고산 정상석 직접 촬영(2020.2.16 07:43, 노고산 정상석 · GPS 고도 454m) — “양주시 노고산 487M”이 새겨져 있고 뒤쪽 어린 소나무에 상고대가 붙어 있다

세 번째 겨울 사진이 정상석입니다. 2016년의 종이 표지 대신 검은 석재 표석이 서 있고, “양주시 노고산 487M”과 아래에 세운 산악회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표석 위에 눈이 모자처럼 얹혔고, 주변 눈밭에는 발자국이 얕게 남아 있습니다.

뒤쪽 어린 소나무 가지에는 눈이 아니라 상고대가 붙어 있습니다. 안개 속 수분이 나무에 그대로 얼어붙은 것인데, 487m라는 낮은 고도에서도 조건이 맞으면 이런 게 생깁니다. 다만 시야는 완전히 막혀 있습니다. 표석 뒤가 통째로 흰 벽이라 여기서 뭐가 보이는 자리인지는 이 사진만으로는 알 수가 없습니다.

2022년 5월 — 안개가 걷힌 자리에 북한산이 있었다

그 답은 두 해 뒤 사진에 있습니다. 2022년 5월 28일 오전 10시 10분입니다.

노고산 정상부 흙 공터와 남동쪽으로 보이는 북한산 암봉 직접 촬영(2022.5.28 10:10, 노고산 정상부 · GPS 고도 462m) — 오른쪽에 정상석, 왼쪽 풀밭에 배낭과 스틱을 내려놓았다

같은 정상석이 사진 오른쪽에 그대로 서 있고, 왼쪽 풀밭에 제 배낭과 스틱이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겨울에 흰 벽이던 방향으로 북한산 능선이 통째로 드러났습니다. 뾰족한 암봉 무리가 정면에 서 있고, 그 오른쪽으로 능선이 낮아지며 길게 이어집니다. 노고산 정상부에서 남동쪽을 보면 이 각도가 나옵니다. 이 산을 굳이 다시 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487m밖에 안 되는 산에서 북한산 주 능선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자리는 흔치 않습니다.

발밑도 겨울과 완전히 다릅니다. 정상부가 넓은 흙 공터인 게 이 사진에서 처음 확인됩니다. 눈에 덮여 있을 때는 그냥 흰 바닥이었고, 2016년 9월에는 풀에 덮여 있었는데, 5월 말에는 다져진 흙바닥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텐트를 여러 동 놓을 수 있는 넓이라는 것도 이 사진을 보면 납득이 됩니다.

주변 나무는 신록입니다. 5월 말이라 잎이 다 나왔지만 아직 짙어지기 전의 밝은 초록입니다. 하늘에는 잔물결 같은 고적운이 깔려 있었고, 원경은 여름만큼 뿌옇지 않으면서 겨울처럼 칼같이 맑지도 않은 중간 정도였습니다. 조망만 놓고 보면 이 세 번 중 5월 말이 가장 나았습니다.

세 번 가보고 알게 된 것

가이드북에서 옮긴 정보가 아니라 이 세 번의 사진에서 확인되는 것만 적습니다.

조망은 남동쪽이고, 계절이 전부입니다. 정상부에서 볼 것은 북한산 능선인데, 2016년 9월에는 습도 때문에 흐릿했고 2020년 2월에는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2022년 5월에는 능선이 다 드러났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세 번 찍은 결과가 이렇게 갈립니다. 조망을 보러 간다면 습도가 낮고 안개가 없는 날을 골라야 하고, 늦봄 오전이 제 경험으로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습니다.

정상부는 넓은 흙 공터이고, 텐트가 여러 동 들어갑니다. 그래서 붐빕니다. 눈 오는 2월 아침에 텐트 네 동이었습니다. 조용히 있고 싶어서 가는 산은 아닙니다.

들머리는 여럿입니다. 2016년 이정표 기준으로 교현리(솔고개) 방향과 삼하리 2.4km, 금바위저수지 3.1km 방향이 정상에서 갈립니다. 저는 정상부 사진만 남겨서 각 코스의 경사나 노면을 이 기록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정상까지의 거리가 2~3km대라는 건 이정표에 적혀 있는 값입니다. 한나절이면 충분한 산이라는 뜻입니다.

한겨울에도 어렵지는 않지만 장비 판단은 필요합니다. 487m짜리 낮은 산이라도 밤새 눈이 오면 텐트가 폴 라인만 남을 만큼 덮이고, 안개 속에서 상고대가 생깁니다. 눈이 예보된 날 이 산에 올라간다면 낮은 산이라는 이유로 아이젠을 빼고 가는 판단은 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접근성이 이 산의 본질입니다. 서울 서북쪽에서 한 시간 안쪽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갈 수 있고, 실제로 6년에 걸쳐 계절이 다 다른 세 번이 쌓였습니다. 높이나 코스로 순위를 매기면 뒤로 밀리는 산인데, “가까워서 여러 번 간 산” 목록을 만들면 저는 여기를 제일 앞에 씁니다.

정리

사진 다섯 장으로 6년을 되짚어보니 남는 건 세 가지였습니다. 종이 표지가 정상석으로 바뀌었다는 것, 같은 방향이 계절에 따라 흰 벽이었다가 북한산 능선이었다가 한다는 것, 그리고 눈 오는 2월 평일에도 정상부에 텐트가 네 동이라는 것.

다음에 가면 정상부만 찍지 않으려 합니다. 이정표에 적힌 삼하리와 금바위저수지 쪽을 실제로 걸어서, 이 산의 오르는 길에 대해서도 사진으로 말할 수 있는 기록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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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연락: bumseok.view [at] gmail [dot]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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