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무등산 환종주를 사진 시간표로 되짚다

등산 · 발행일 2026. 8. 25. ·

무등산에 다녀온 날은 2021년 9월 20일, 추석 연휴 첫날이었습니다. 원효분소에서 시작해 산을 크게 한 바퀴 돌아 증심사로 내려오는 환종주였고, 휴식을 포함해 여섯 시간 반 정도가 걸렸습니다.

이 산행은 예전에 사진만 무더기로 올려둔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 사진 파일을 다시 열어보니, 아이폰이 남겨둔 촬영 시각과 GPS 좌표, 고도값이 그대로 붙어 있었습니다. 시계를 따로 보지 않았고 기록 앱도 애플워치로만 남겨 데이터를 뽑을 수 없었는데, 사진 한 장 한 장이 대신 시간표를 남겨준 셈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좌표와 시각을 순서대로 늘어놓고, 어느 지점을 몇 시에 지났는지 되짚어 다시 정리했습니다. 아래에 나오는 시각과 고도는 전부 제가 그날 찍은 사진에서 읽어낸 값입니다.

무등산 서석대에서 바라본 천왕봉 방향 억새 능선 직접 촬영(2021.9.20 12:33, 서석대 · GPS 고도 1,100m)

사진이 남긴 그날의 시간표

시각(KST)사진 고도지점
09:57657m원효분소 위 조림지 오르막
11:14837m규봉암
11:25828m규봉암을 떠나 지공너덜 방향
11:55872m장불재 일대
12:13973m입석대
12:311,097m서석대 표석
12:331,100m서석대 능선
14:18840m중봉 억새 지대, 하산 중

전체 코스는 원효분소 – 꼬막재 – 규봉암 – 장불재 – 입석대 – 서석대 – 중봉 – 동화사터 – 증심사로, 약 16km에 획득 고도는 1,000m쯤 되는 길입니다. 사진이 남아 있는 구간은 09:57부터 14:18까지 약 4시간 20분이고, 사진을 찍지 않은 들머리 초반과 마지막 하산 구간을 더하면 여섯 시간 반이라는 기억과 맞아떨어집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사진에 박힌 GPS 좌표는 실제 지형보다 일관되게 300~400m쯤 동쪽으로 밀려 있었습니다. 서석대 사진의 고도값이 1,100m로 표석의 1,100m와 정확히 일치하는 걸 보면 고도는 꽤 정확한데, 경도만 한쪽으로 치우친 것입니다. 그래서 지점을 판단할 때는 좌표만 믿지 않고 고도와 사진에 찍힌 표석·건물 현판을 함께 봤습니다.

09:57 — 조림지 오르막에서 시작

첫 사진은 고도 657m에서 찍혔습니다. 원효분소에서 꼬막재로 올라가는 초반 구간인데, 곧게 자란 나무들이 촘촘히 들어선 조림지 사이로 길이 이어집니다.

무등산 원효분소에서 꼬막재로 오르는 조림지 등산로 직접 촬영(2021.9.20 09:57, 고도 657m) — 나무 뿌리가 드러난 급경사 구간

경사 자체는 만만하지 않은데, 바닥에 뿌리가 그물처럼 드러나 있어 발 디딜 자리를 고르며 올라가야 했습니다. 대신 나무가 하늘을 거의 다 덮어 햇빛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9월 하순이라 아침 공기는 시원했지만, 이 구간에서 이미 땀이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오르막이 이 코스에서 힘을 가장 많이 쓰는 곳이었고, 꼬막재에 올라선 뒤로는 산 허리를 감아 도는 완만한 길이 한참 이어졌습니다.

무등산 환종주를 두고 “편안한 산”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말은 이 초반 오르막을 넘긴 다음부터의 이야기입니다.

11:14 — 규봉암, 절집 뒤에 돌 병풍이 서 있다

한 시간 반쯤 뒤 도착한 곳이 규봉암입니다. 고도 837m, 무등산 동쪽 사면에 걸려 있는 암자입니다.

규봉암 문루와 무등산주봉암 현판 직접 촬영(2021.9.20 11:14, 규봉암) — 문루에 “無等山主峰菴” 현판이 걸려 있다

돌계단을 올라 문루를 지나면 마당이 나오고, 마당 뒤로 바로 광석대 주상절리가 서 있습니다. 무등산의 3대 석경 중 하나인데, 서석대나 입석대와 달리 이 광석대는 절집 지붕 바로 위에 붙어 있습니다. 기와 처마와 돌기둥이 한 화면에 들어오는 자리는 여기밖에 없었습니다.

규봉암 관음전과 뒤로 솟은 광석대 주상절리 직접 촬영(2021.9.20 11:16, 규봉암 관음전) — 석축 아래에 붉은 상사화가 피어 있었다

규봉암 기와 위로 솟아오른 광석대 돌기둥 직접 촬영(2021.9.20 11:16, 규봉암) — 기와 뒤로 두 개의 돌기둥이 맞붙어 서 있다

광석대 주상절리 근접 직접 촬영(2021.9.20 11:16, 규봉암 광석대)

절집 담장 아래 석축에는 붉은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9월 중순 이 고도에 피는 상사화로 보였습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짙게 파랬고, 그 색 때문에 절리 기둥의 회색이 더 도드라졌습니다.

규봉암을 이 코스에서 반드시 짚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여기라는 점입니다. 16km 코스에서 중간에 식수를 채울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건 배낭 무게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저는 이 산행 때 물을 1리터만 지고 올라와 여기서 가득 채웠고, 그것으로 하산까지 충분했습니다. 다만 가뭄이 든 시기에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진 기준으로 규봉암에 머문 시간은 11:14부터 11:25까지 약 11분입니다. 물 채우고 마당 한 바퀴 돌 정도의 시간이었습니다.

11:25 — 지공너덜을 건너 장불재로

규봉암을 나서면 지공너덜입니다. 돌덩이가 산 사면을 따라 넓게 흘러내린 지형인데, 나무가 없어 갑자기 시야가 열립니다.

지공너덜 구간에서 열린 조망 직접 촬영(2021.9.20 11:25, 고도 828m) — 너덜 위에서 동쪽 산줄기와 분지가 내려다보인다

11:25 사진의 고도는 828m로, 규봉암보다 오히려 살짝 낮습니다. 이 구간은 올라가는 길이 아니라 산 허리를 수평으로 감아 도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걸을 때도 오르막이라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다만 돌 위를 딛고 가는 구간이라 발목을 조심해야 하고, 그늘이 없어 여름 한낮에는 이 구간이 꽤 뜨거울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장불재까지 30분이 걸렸습니다. 11:55에 찍은 사진의 고도가 872m입니다. 장불재는 사방이 트인 안부인데, 여기서 처음으로 위쪽 능선의 돌기둥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장불재에서 올려다본 능선 위 주상절리 암봉 직접 촬영(2021.9.20 11:55, 고도 872m) — 능선 위에 절리 기둥이 성벽처럼 얹혀 있다

능선 위에 구름이 걸려 있었고, 그 아래로 돌기둥 줄이 성벽처럼 얹혀 있었습니다. 아직 200m 넘게 더 올라가야 하는데, 목표 지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자리라 발이 가벼워지는 구간입니다.

12:13 — 입석대에서 12:31 서석대까지, 18분

장불재에서 위로 붙으면 곧 입석대입니다. 12:13 사진의 고도가 973m입니다.

입석대 주상절리와 낙석 위험 표지 직접 촬영(2021.9.20 12:13, 입석대 · 고도 973m) — 철제 난간과 낙석 위험 표지가 세워져 있다

입석대는 돌기둥이 아래에서 위로 곧게 솟아 있어, 길에서 올려다보는 각도가 됩니다. 앞에 철제 난간과 낙석 위험 표지가 있어 정면까지 붙지는 못하고 등산로에서 보는 구조입니다. 기둥 사이로 하늘이 갈라져 보이는데, 이 각도는 사진으로 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입석대에서 서석대까지는 18분이 걸렸습니다. 고도로는 973m에서 1,097m로 120m를 올린 셈이고, 이 코스에서 가장 짧고 급한 마지막 오르막입니다.

서석대 표석과 무등산 1100m 직접 촬영(2021.9.20 12:31, 서석대 표석) — 표석에 “瑞石臺 無等山 1100m”이 새겨져 있다

서석대 표석 앞에 섰을 때가 12시 31분이었습니다. 사진의 GPS 고도값이 1,097m, 표석에 새겨진 숫자가 1,100m입니다. 무등산의 실제 최고봉은 1,187m의 천왕봉인데, 정상부에 군 시설이 있어 평소에는 올라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표석이 사실상의 정상 인증 지점 역할을 합니다. 사진 속 배경 오른쪽으로 보이는 시설물이 그 천왕봉입니다.

서석대에서 천왕봉 방향으로 이어지는 억새 능선 직접 촬영(2021.9.20 12:33, 서석대 능선) — 억새 이삭이 막 올라온 9월 하순의 능선

표석을 지나면 능선이 넓게 펼쳐집니다. 9월 20일이라 억새는 절정이 아니고 이삭이 막 올라온 상태였습니다. 완전히 은빛이 되기 전, 아직 초록이 남아 있는 색입니다. 대신 하늘은 좋았습니다. 능선 아래로 구름이 깔려 있어서, 능선을 걷는 동안 구름 위에 올라선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능선 구간이 이 산행에서 가장 오래 서 있었던 곳입니다.

14:18 — 중봉 억새 지대, 그리고 광주가 보인다

서석대 다음 사진은 한참 뒤인 14:18입니다. 그 사이 1시간 45분 동안은 사진을 한 장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정상부 능선을 지나 중봉으로 넘어가면서 계속 걷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중봉 억새 지대와 그 아래 광주 시내 직접 촬영(2021.9.20 14:18, 중봉 부근 · 고도 840m) — 억새 사이 돌계단 길, 왼쪽 아래로 광주 시내가 보인다

14:18 사진의 고도는 840m로 내려와 있고, 억새 사이로 돌을 깐 길이 이어집니다. 사진 왼쪽 아래로 광주 시내가 넓게 깔려 있습니다. 산 안쪽만 보고 걷다가 갑자기 도시가 나타나는 순간인데, 무등산이 광주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산이라는 게 이 자리에서 실감이 났습니다.

여기서부터 동화사터를 지나 증심사까지가 남은 하산 구간입니다. 이 구간은 사진이 없어 시각을 특정할 수 없지만, 전체 여섯 시간 반에서 역산하면 3시 반 전후에 내려섰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답사에서 얻은 실용 정보

가이드북에서 옮긴 정보가 아니라, 이 코스를 이 순서로 하루에 걸어보고 알게 된 것만 적습니다.

들머리는 원효분소 쪽이 낫습니다. 원효분소에서 시작하면 초반에 힘든 오르막을 먼저 끝내고, 이후 규봉암·지공너덜 구간을 완만한 허리길로 소화한 다음, 마지막에 입석대·서석대라는 가장 좋은 경치를 만나게 됩니다. 증심사에서 반대로 돌면 힘이 남아 있을 때 절경을 보고 마지막에 조림지 급경사를 내려와야 합니다.

물은 규봉암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됩니다. 들머리에서 규봉암까지가 사진 기준 1시간 17분입니다. 저는 1리터만 지고 올라가 규봉암에서 채웠고 하산까지 모자라지 않았습니다. 배낭 무게를 1kg 이상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다만 가뭄에는 물이 나오지 않을 수 있으니, 상황이 확실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2리터를 지고 가는 게 안전합니다.

시간 배분은 앞쪽에 여유를 두는 게 좋습니다. 저는 초반 조림지 오르막에서 시간을 많이 썼고, 규봉암에서 장불재까지의 허리길은 30분에 끊었습니다. 반대로 서석대 능선에서는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잘 배분된 셈인데, 이 코스는 뒤쪽 능선에서 시간을 쓰게 되니 앞 구간을 무리해서 당길 필요가 없습니다.

난이도는 거리에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위험한 구간은 없었습니다. 손을 써야 하는 바위나 쇠줄 구간이 없고, 길은 전 구간 잘 정비돼 있습니다. 대신 16km에 획득 고도 1,000m라는 총량이 부담입니다. 짧고 급한 산을 다녀본 사람보다, 하루에 오래 걷는 데 익숙한 사람에게 편한 코스입니다.

계절은 9월 하순이면 조금 이릅니다. 억새를 보러 간다면 10월이 낫습니다. 제가 간 9월 20일에는 이삭이 올라오는 중이었습니다. 대신 이 시기의 장점은 규봉암의 상사화, 그리고 습도가 빠져 멀리까지 보이는 시야였습니다. 절리 사진만 생각하면 하늘이 짙은 이 무렵이 오히려 좋습니다.

교통은 광주 시내 기준으로 접근합니다. 원효분소와 증심사 양쪽 모두 광주 시내에서 시내버스로 연결됩니다. 다만 환종주는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르기 때문에 차를 가져가면 회수가 번거로워집니다. 저처럼 원효분소에서 시작해 증심사로 내려오는 코스라면 대중교통으로 붙는 편이 편합니다.

정리

무등산은 절경을 보러 가는 산인데, 그 절경이 한 곳에 몰려 있지 않고 광석대·입석대·서석대로 나뉘어 코스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환종주가 16km나 되는데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가 그것이었습니다. 규봉암에서 물을 채우고, 지공너덜에서 시야가 열리고, 장불재에서 목표가 보이고, 서석대에서 구름 위에 서고, 중봉에서 도시가 나타납니다.

사진 파일에 붙은 시각과 고도를 늘어놓고 나서야 그날의 리듬이 정리됐습니다. 기록 앱을 켜두지 않았어도 사진이 기록이 된다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다음에 이 산을 다시 갈 때는 억새가 완전히 핀 10월에, 이번에 사진을 남기지 못한 서석대에서 중봉까지의 1시간 45분 구간을 제대로 담아오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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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연락: bumseok.view [at] gmail [dot]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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